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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만화이야기

만화 속 세계로의 다이버

열다섯부터 나에게 만화방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다. 천원이 생기면 언제나 달려가던 곳. 마치 숨기위해 마련된 장소 같았던 지하에는 작았던 내 몸이 전부 들어가는 소파들이 있었다. 그 앞에 내 모습의 은폐엄폐를 도와주는 두꺼운 만화책들을  쌓고 그림에 눈을 고정시키면 내 존재는 완전히 사라져서 나자신도 찾지 못하게 되었다.

그 곳은 정말 너무나 깊은 곳이라서 언제나 수면밖으로 나오면 몸이 무겁고 발걸음이 느렸다. 만화방을 나와서 집으로 가는 길이 나에게는 바로 현실이라는 괴로운 단어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만화의 휴유증은 강력하고 빨라서 마약을 갈구하듯이 나는 현실보다 다이나믹한 그림세계로 틈만나면 회귀하기를 반복했다. 

이건 정말 사실인데 내인생의 가장 큰 교훈들을 만화에서 얻었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마라. 친구를 소중히해라. 하찮은 것 들 앞에 기죽지 마라. 와 같은 몇가지 메타포를 계속 반복하는데 그 반복의 효과가 상당히 강력하다.

어쨋든 50년대 베이비붐세대에 헐리우드 키드가 있다면, 80년대 세대들 안에는 나 같은 망가키드들이 다수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비성향과 추수하는 상품의 형태같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부터 세계관과 인간관에 이르는 부분까지 헐리우드에서 망가에 이르는 거리만큼의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