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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영화이야기

추노 정말 재밌어

하지만 끝났다.  추노 안녕~

드라마의 제일 큰 장점은 러닝타임이 길다는 것이다. 줄곳 드라마만을 보아온 사람은 이해 못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로 재미만을 놓고 따질 때 러닝타임이 길 수록 이야기는 더 재미있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라 해도 좋다.

하지만   매일 매일 비디오를 소비하던 중고딩 시절에 배우, 감독, 장르 어느 것 하나 걸리는 날이 없을 경우 네번 째 선택 기준은 러닝타임 이었고, 그것은 아무 이유없이 순전히 경험에 의한 학습의 산물이었다.

쉽게말해 무의식적으로 러인타임을 확인한 후 비디오를 선택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축복받은 런닝타임을 아줌마들의 복수열전, 자아찾기, 족보확인에 열을 올리는 드라마들이 많아서 드라마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소년시절 부터 가져왔다.

그 편견은 다분히 50년대생들의 정서 자극용의로 제작된것 같은 사극과 가족극 내지는 남성공감 불가능 스토리의 드라마들을 보면서 차차 강화되어 왔다.

 

장편만화와 단편만화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단편만화는 재미없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드라마는 재미없다.

 

역시 드라마가 재미없다는 것은 나의 편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추노는 너무 재밌었다.

양반들이 문자쓰는 대화장면이 특히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듯한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정말 재수없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저런식으로 문자써가며 대화하는 그런 애들,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들도 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는 거.

역시 추노의 최고 카타르시스 메이커는 업복이였다. 막판의 글라디에이터씬도 멋졌다. 완전 영웅본색이었음.

저건 정말 마초영화의 최고 미학으로 꼽는 설정인데. 홀홀단신 정문침투 대량학살 목표달성 후 죽어서 영웅이 된다.

그렇게 영웅이었던 송장군은 초라하게 쫒겨가고, 초반에 뒤쫒겨서 잡혀온 노비 업복이는 영웅이 되었다.

대길이는 일본아줌마시장을 의식해서 로미오가 되었다.

하지만 역시 영웅은 슬픈것이여, 그냥 초복이랑 행복하게 살것이지.

역시 영웅은 욱하는 심정에 바위에 내동댕이 쳐지는 그로데스트한 장면이 명분과 만나면 탄생하는 것인가봐.

무려 추노를 보면서 교훈을 얻었어 “교훈 : 가족을 가지고 싶다면 영웅이 될 생각은 말아야겠다.”

 

 

 

어제 전철타고 가다가 케이블방영 광고 봤다. (교토) 역시 재밌어서 그런지 바로 팔렸구나. 여기서도 추노 인기끌면 좋겠다.